성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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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혁 / 여름 정원
누가 내 꿈을 훼손했는지 하얀 붕대를 풀며 날아가는 새 떼, 물을 마실 때마다 새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림자의 명치를 밟고 함께 주저앉는 일 함께 멸망하고픈 것들 그녀가 나무를 심으러 나갔다 나무가 되어 있다 가지 굵은 바람이 후드득 머리카락에 숨어 있던 아이들을 흔든다 푸르게 떨어지는 아이들 정적이 무성한 여름 정원, 머무른다고 착각할 법한 지름, 계절들이 간략해진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정원에 있다 슬프고 기쁜 걸 청각이 결정하는 일이라니 차라리 눈을 감고도 슬플 수 있는 이유다 정원에 고이 잠든 꿈을 누가 훼손했는지 알 수 없다 눈이 마주친 가을이 담을 넘지도, 돌아가지도 못하고 걸쳐있다 구름이 굵어지는 소리 당신이 땅을 훑고 가는 소리 우리는 간헐적으로 살아 있는 것 같다
성동혁 도서
시/에세이 6 18○○○○ 아네모네 191002
191002 아네모네
아네모네 성동혁 평점 ★★★☆☆ 취향도 ♡♡♡ 책 정보 『6』의 시인 성동혁, 5년 만의 신작시집. 투명한 서정의 시인 성동혁이 불투명한 여러 색을 거느린 회의와 성찰의 시인으로 우리 앞에 왔다. 어린 사도라 불리던 그가 사랑으로, 숭고한 믿음으로 모든 것을 감싸던 순정한 모습에서 벗어나, 어둡고 혼란스런 세상에서 숱한 인간적인 문제들을 겪으며, 타인의 민낯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민낯까지 가없이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것들을 시로 써낸다. 더 이상 투명하지 않은 검정색으로.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일러두기 한 편의 시가 다음 편으로 이어질 때 연이 나뉘면 여섯 번째 행에서, 연이 나뉘지 않으면 첫 번째 행에서 시작된다. p.4 이렇게 확실히 연을 구분 지어 주는 행위가 마음에 들었다. 문학과지성사 시집이나..